한강의 노벨상 수상 이후로 나는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작가님을 칭송하고 있다.
글을 쓸 때 어떤 도구를 쓰는지, 좋아하는 음악은 무엇인지, 또 좋아하는 소설과 철학서는 어떤 것이 있는지….
물론 조금만 공을 들이면 다 알 수 있는 시대라,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매체를 통한 정보가 아니라
더욱 사적이고 깊은 정보다.
한강 작가님이 개인 채널을 통해 일상을 알려주시면 좋겠다. 이미 있을 수도 있지만 ㅋㅋ
암튼 요즘 한강에 빠져 노벨 시상식까지 찾아보는 나다.
그리고 작가님의 시상 시간에 왔을 때 루스 깁트의 춤곡이 울려 퍼졌다.
암바르발리아 70번.
동화적이고 서정적이고 몽환적이고, 딱 한강의 독특한 문학적 세계관을 내포한 또 하나의 신세계를 알게 된 기분이었다.
루스 깁트가 여성 작곡가라는 사실 역시 한강과의 커넥션이 있었다.
그 옛날 페르귄트의 음악을 들으며 괴물이 나오는 동화를 상상한 적이 있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세계 명작 동화에 빠져있을 때의 이야기다.
그림 형제의 약간은 기괴한 동화들 속에서 교훈을 낚았던 시절, 페르귄트의 독특한 음율은 맞춤형처럼 딱 들어맞는 배경음악이었다.
그 때의 몽상 속에서 기괴한 괴물들을 덜어낸 것이 루스 깁트의 곡 같다.
암바르발리아 춤곡 외에도 명곡이 많았다. 하나씩 들어보면서 소설 작업할 때 영감을 얻어야 겠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자기만의 색깔을 더해야 클래식이 된다.
너무 도전적이고 별난 것들은 반짝 유행하고 말 아이템에 불과하다.
그런데 예술가들, 그리고 지망생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특별함‘에 매몰되는 것이다.
자의식 과잉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작업이라 이해는 간다만, 절대로 내 작품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빨리 파악해야 한다.
나를 표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클래식이 되려면 대중들에게 소비가 되어야 한다.
이상한 것은 기본이 될 수 없다.
교보문고에서 작가 50인을 대상으로 최고의 소설을 뽑는 투표를 진행했고,
5위에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뽑혔다.
분명 그 소설 별 거 없던데? 평범하던데?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극 이외에도 문학이 내포하고 있는 교훈적 의미를 무시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 소설을 수작이라고 생각하며 고전의 반열에 올라갈 소설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50인의 작가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소소한 일상에서, 평범한 인간이 마주할 수 있는 유혹과, 근면성실하게 살아온 소시민이라면 가져야 할 일반적인 상식, 그리고 선한 메세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일면을, 인간의 단편을 말하는 소설은 부속에 불과하다. 반짝 유행하고 만다.
이처럼 인간의 인생과, 인생관, 도덕관, 가치관을 담은 소설이야말로 진짜라고 할 수 있다.
여러분들도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자극적이거나 통속적이지 않고도 강렬한 메세지를 던질 줄 아는 진짜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따듯해지는 소설 한 편,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 https://readandwritehere.tistory.com/m/1
또한 창작이나 창조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완성작을 만들고 난 다음에 붙일 수 있는 타이틀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나도 쓰겠다, 어? 나 기가막힌 소재가 떠올랐는데, 그럼 나도 천잰가? 하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품어본 적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래서 완성작을 만들어 본 적 있는가?
소설이란 아이디어에서 시작하는 것이지,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철저히 기획되고 구성되고, 또 수행되고, 검수된 후에야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 검사라는 것은 판매에 적합하냐는 것이다.
쓴다고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시작도 않고, 근거없는 자만에 빠지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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