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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6

안 쓰게 되는 말들 소설을 쓰면서 잘 안 쓰게 되는 말들이 있다.너무 현대적인 말들이다.고전문학을 즐겨 읽는 나는 지금보다 훨씬 옛시대의 정취에 물들어 있었다.흙길을 걸어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마을마을의 주점에서 흥청망청 취하고여인숙에 머물면서 허연 빵을 뜯어 먹고, 그런 굶주린 삶에서 번뜩 떠오른삶의 진리를 껴안고 고향으로 달음질 치는….항상 그랬다. 빨간 머리 앤의 초록 지붕아래 다락방을 꿈꿨고, 키다리 아저씨에 나오는 여학교 기숙생활을 그렸고,내 책상 아래로 들어가 알록달록한 세계전집을 끌어안고 아주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아빠가 출퇴근 하는 시간은 정확했고, 엄마는 항상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친구들이랑 놀다 오면 언니랑 영어 공부를 하고 드라마를 보고 졸린 눈으로 또 책을 보다 잠들고.요즘엔 아이들도 스마트폰.. 2024. 12. 17.
문창귀인과 학당귀인? 문창귀인과 학당귀인이 있다고?대학생 때 일이다. 친구랑 함께 신점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취업 시즌도 되고 해서 싱숭생숭한 마음에 직업운을 보려고 했다.그런데 점 봐주시는 선생님께서 이러는 거다.“와. 이 친구는 문창귀인이랑 학당귀인이 다 들어가 있네. 글 좀 쓰겠다?”대학 시절 내내 레포트는 무조건 내가 썼다. 해피캠퍼스? 이런데서 사다 적당히 베껴서 가짜 글 쓴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동양사상 교수가 수업중에 내 이름을 호명하는 거다.이 사람 누구야? 글 좀 쓰네?점쟁이가 말한 대로 똑같은 소리를 여러 번 들어본 적 있었던 나는 문창귀인이 뭔지 학당귀인이 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 우쭐했던 기억이 있다.“쉽게 말해서 학당귀인은 학문적인 글을 쓰는 사.. 2024. 11. 8.
독서 일지 01 오늘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책 읽기에 도전한다.사실 책 읽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생산성이 미미하기 때문에 자꾸만 업무들 사이에서 차순위로 밀리는 경향이 있는데,오블완 챌린지도 할 겸 앞으로 3주 간 매일 읽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길까 한다.처음으로 읽을 책은 다.이북리더기 까페 회원들이 재밌게 봤다고 해서 나도 읽어보기로 했다.외국 추리 소설은 장황하고 비현실적인 구석이 많아서 결말까지 꾸역꾸역 읽게 되는데 첫 장을 읽어보니 이번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좋았다.스포일러 주의!이야기는 대학 동아리 회원들끼리 산 속에 있는 미스테리한 지하건물을 탐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총 3개 층 구조로 되어 있는 건물은 소설과 동명의 타이틀을 달고 있다.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곳이라 주인공들은 이.. 2024. 11. 7.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의 힘, 사기꾼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아무리 글 쓰는 것이 직업이라 할지라도 하루에 한 자도 못쓰는 날도 있다.그런 날을 위해서, 별도의 기능이 완벽히 제한된, 말 그대로 글 쓰는 것만 되는 기기가 하나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때의 이야기다.이리저리 알아보니 프리라이트라는 제품이 있더라.e-ink를 사용하는 패널과 키보드로만 이루어진 기긴데 초안을 작성해서 메일이나 클라우드로 전송하는 기능 빼고는 아무것도 없단다.이거다, 싶어서 가격을 알아보니 직구하면 70만원 초반대로 구매할 수 있는 듯.10월 즈음하여 ware house sale도 있고, 11월 말엔 블프 세일도 있다. 물론 해마다 기업 사정에 의해 변동되는 부분도 있을 거다.암튼 나는 웨어하우스 세일 기간에 리퍼비쉬 제품이나, 아주 약간의 하자가 있는 제품이라도 기능만 괜찮으면 저렴.. 2024. 11. 7.
나는 왜 사는가, 이것저것 소비일기 진짜 많이도 샀다. 필요에 의한 소비라면 합리화라도 할 수 있겠지만, 이건 뭐 한두 개라야지…지금 내 방은 한정판이라서, 기분이 좋아서, 기분이 나빠서, 공모전 합격해서, 원고료 나와서, 출간 계약해서, 어쩌구 저쩌구 명목을 붙여 산 것들로 넘쳐나고 있다.분명한 것은 소비로 인한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그걸 알면서도 나는 왜 사고, 또 사고, 기어코 있던 걸 팔면서까지 새로운 것을 사는 것일까?단순히 기쁨을 산다는 것 외에 또 다른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까?아니다. 아직까지는 전혀 모르겠다.이런 다이어리들이나, 커버들을 다 쓰는 것도 아닌데 천장에 꿰어놓은 굴비 쳐다보듯 진열해두고 보기만 하면서 내가 얻을 것이 뭐란 말인가.남들에겐 없는 한정판을 가진다고 우쭐한 기분이 드는가 하면 그것도 아.. 2024. 11. 5.
2025 다이어리 #미도리 #호보니치 #호보니치윅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다이어리 선택의 시간.나는 내년에 가급적 다양한 종류의 다이어리를 써보고 내후년, 아니면 그 이후까지도 정착할 단 한 권의 다이어리를 찾아보기로 결심했다.그리하여 주문한 것이, md 다이어리, 히비노 다이어리, 호보니치 윅스, 호보니치 데이프리, 호보니치 오리지날 및 커즌 사이즈, 그리고 쿠로네코 다이어리 등이다.‘등’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직도 배송되어오고 있는 다이어리들이 많아서 그렇다.우선 엠디 다이어리는 하루 한 페이지 다이어리라고도 불리우는 유명한 다이어리다.미색의 종이는 만년필의 날카로운 촉과 축축한 잉크를 거뜬히 견딜 수 있는 토모에리버다.불호 포인트는 무지나 그리드, 라인이 아니라 시간표가 나와있는 스케줄 관리형이라는 것.그리 짙은 선은 아니지만, 종이의 좌측 하단부에.. 2024.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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