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전히 <방주>를 읽고 있다. 재밌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전개와 억지스럽지 않은 증거가 자꾸만 페이지를 넘기게끔 만드는 것 같다.
과연 일본이 추미스 강국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서구권 추리소설보다 덜 낭만적이고, 한국 추리소설보다는 캐릭터가 살아 있는 느낌.
다분히 주관적인 의견임을 이해해달라.
* 스포일러 주의!
4장. 칼과 손톱깎이
시간은 흐르고, 하루 한 명 꼴로 살해당하고 있다.
밀실이나 다름없이 출입구가 모두 막혀있는 지하 건축물 ‘방주’.
그 안에는 조용한 살인마가 있다. 살인범의 동기는 무엇일까.
불안한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자 여지없이 또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허리까지 물이 차오른 지하 2층의 창고 선반에서 날카로운 것이 찔려 죽은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이미 고인이 된 인물은 지난 밤 창고에서 살인 도구를 발견한 것 같다면서, 살인범이 분명히 그것을 찾으러 창고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고 밤새 잠복을 했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살인범은 돌아왔고, 자신의 신원이 드러날까봐 또 한 명을 살해한 것이다.
지난 살인 때와 마찬가지로 예기를 사용해 피해자를 찔러 죽인 살인범. 도대체 왜?
불행 중 다행으로 사건 현장에는 고인의 스마트폰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어쩌면 누군가 창고로 들어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스마트폰을 꺼내 그 상황을 촬영하지 않았을까?
생존자들은 시신이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잠긴 스마트폰을 해제해 본다.
과연 사건 당시의 영상이 촬영되어 있었다.
찰랑, 찰랑. 허리까지 차오른 물을 가로질러 선반께로 다가오던 범인은 잠복해있는 고인을 발견하고 지체없이 찔러 죽인다.
아주 짧은 영상이고, 살인범을 특정할 요소는 드러나 있지 않다.
사람들은 이제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지하에 남아 닻감개를 돌릴 사람을 지목하기로 결심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인은 계속될 테니까.
여기까지가 4장의 줄거리.
한 가지 빠진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범인이 지하 2층 창고에 들렀을 때 입었던 가슴장화에서 지퍼백과 손톱깎이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범인은 창고 벽 틈에 끼워둔 칼(아마도 살해도구)을 가지러 왔다가, 예기치 못하게 또 한 번의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그래서 조급한 마음에 가슴장화 안에 소지품을 그대로 두고 자리를 뜬 것이다.
칼과 손톱깎이, 그리고 지퍼백.
그것으로 무엇을 했을까. 그리고 손톱깎이는 첫 번째 피해자의 백팩에 들어있던 것으로, 정말로 손톱깎이가 필요했다면 기계실 서랍에 있는 손톱깎이를 써도 됐을 텐데
왜 굳이 고인의 유품에 손을 댔을까?
손톱깎이로 살인을 저지를 리는 만무하고, 그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나도 소설을 쓰지만, 중요하거나 파격적이거나, 또는 핵심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등장하기 전까지 질질 끄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독자들은 지루함을 느낀다.
그걸 알면서도 핵심 요소를 부각시키기 위해 느린 전개를 택할 수밖에 없는 게 작가들의 심정인데
<방주>는 시원시원하게 한 장에 한 사건 씩 터뜨리면서 진범 찾기에 열중하게 만든다.
이런 시원한 전개는 좀 배워야 겠다.
재밌다. 이제 결말부만 남았는데, 미리 추천 드리며, 오늘 포스팅을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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